“좋다. 이야기해주지.” “너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 밖에 없고, 누구의 말처럼 이 순간이 운명일지도 모르지.” “무엇보다 네 반응이 궁금하거든.” “네가 네 과거를 마주했을 때에 말이야.”
“아무리 전투로봇을 부술 수 있다 해도, 결국 인간인 이상 언제까지나 싸울 수 없겠지.”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바뀌지 않는 것.” “그것을 우린 운명이라 부른다.”
“나는 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알 필요도 없지.”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 어떤 작전도 무력하니까.” “전투로봇의 벽을 세울 필요도 없다.” “그저 너희는 가로막힌 거다. 운명이라는 벽 앞에.”
“세상은 선과 악,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고, 어떤 일부만을 보고 내린 결론은 그저 감상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감상은 항상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죠.” “우린 균형 잡힌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먼저 세상을 이해해야겠죠.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더 나은 선택을 도와줄 겁니다.” “이것이 당신에게 귀족의 이면이나 니느웨를 보여준 이유입니다.”
“균형 잡힌 선택? 세상에 대한 이해? 잘 모르겠어요. 제게는 그저 타협하자는 말로 들려요.” “위선 같다는 생각이…”
“타협이 어째서 위선이라 생각하죠?” “어느 한쪽을 배제한 선택은 당신이 어떤 세상을 그리든 간에 지지받기 힘들 겁니다.” “또한 모두가 절충 없이 혁명만을 바란다면, 세상은 이미 잿가루가 되었을…”
“고철을 팔아 겨우 먹고 살았어도 그땐 행복했어.”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고,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 믿었어. 그렇게 믿었는데…”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절망뿐이라면, “내가 바꾸겠어.” “누군가 죽지 않아도 평화를 그릴 수 있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 거야.” “그것을 위해 나는 죽겠어.”
“민중이란 본래 구름 같은 것. 아무런 신념이 존재하지도 않고, 그저 조금의 도덕적 우월감을 위해 실체 없이 모이고 흩어지기만 반복한다.” “구름을 붙잡으려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라.”
“제겐 지금 냉소적으로 세상을 보는, 그런 시선이 필요했던 게 아닙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지금까지 싸워왔는데 ‘숨겨진 이면’이 있다며, 부정 당하고만 있어요.” “이젠 정말 무엇과 싸워야 할지조차 모르게 되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