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지만 오전이었고, 이 게으른 남자의 방은 아침잠을 깨우지 않도록 남서향이었기 때문에─ ─방의 공기는 서늘했다. 마른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서늘하고 씁쓸하게─ 아주 가느다란 바늘같은 무언가가, 심장도 찌르고 지나갔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곳곳에서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설령 귀가 없더라도 알 수 있다. 뭔가 지키고 싶은 것이─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나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라리 네가 원하는 세상이 있다면,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어!
처음으로 ‘이제부터 뭘 할까’를 꿈꾼다. 네가 나에게 열어준 미래가….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가능성이 일시에 밀려들어… 황홀하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크로히텐은 만일의 경우 이 녀석을 죽이라고 했지만, 그건 결국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지키란 얘기다.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내가 무슨 목적으로 이 학교에 왔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래도 네가 다른 사람 손에 죽는 건 싫다.”
“…왜 너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분해졌다.” “그렇게 상냥한 얘길 하면… 기대하게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