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는 왜 나한테 이런 스킬을 준 거지. 기어코 나를 악역으로 만들 생각인 건가. 창조주의 의지에 거역하는 방법이 존재하긴 할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은 죽이면 안 돼.”
나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다시피 말했다. 심정은 이해되더라도 사람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것이다. 그걸 아득히 초과했기 때문에 이동흠 역시 죽고 나서도 이런 일을 겪은 셈이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안 돼.”
나는 왜 그렇게까지 무모하게 사람들을 구했던 거지? 할머니 대신 지킬 누군가를 찾으려고? 그런 일로 스스로를 달래려고 했나? 매캐한 공기 탓에 숨을 쉬기 힘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죽어라 심호흡했다. 여기는 나의 세계가 아니다. 나가야 했다.
“나는 할머니를 떠올리면 슬퍼. 그리고 쓸쓸해.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한테 무의미하지는 않단 말이야.”
조금의 슬픔이 묻었다는 이유로 기억들이 모두 지워지게 된다면, 내가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할머니와의 시간은 거의 없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으로 뒤범벅된 그 기억은, 역설적이게도 나 같은 애도 누군가에게 그토록 사랑받았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없는 게 나을 정도로 슬픈 기억이라고 해도, 나는 그게 죽도록 필요하다고…….”
친구는 있었니? 네. 있었어요. 많았어? 네. 기억나? 네. 기억나요. 어떻게 됐니? 죽었어요. 전부? 네. 전부요. 보고 싶니? 네. 보고 싶어요. 어디로 갈까? 남쪽으로 가요. 좋아.
그리고 색깔이 아주 풍부한 꿈들. 그렇지 않고서야 죽음이 어떻게 당신을 부를 수 있겠는가? 추운 새벽에 깨어나면 모든 것이 즉시 재로 변했다. 수백 년 동안 매장되어 있던 고대 벽화들이 갑자기 날빛에 드러난 것 같았다.
그러나 길에서 꾸는 백일몽에서는 깨어날 수가 없었다. 남자는 끈질기게 걸었다. 그녀의 냄새를 제외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극장에 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음악을 듣는다. 황금 소용돌이 장식과 촛대와 무대 양편에 접혀 있는, 높은 기둥 같은 휘장.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여름 드레스의 얇은 천 너머로 스타킹 끝 부분이 느껴진다. 이 장면을 고정시켜라. 이제 어둠과 추위를 내려달라고 해라. 저주를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