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우리의 신은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진정으로 알지 못한다. 한 컷으로 요약된 공포스러운 상황 뒤에 자리한 슬픔의 크기를 모른다.
게이트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악다구니가 울리는지, 희생자 명단을 확인하는 늙은 부모가 어떤 비명을 지르며 실신하는지, 하반신을 잃은 자가 무엇을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지, 전혀 모른다.
창조주의 유희 추구란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분노와 혐오감이 뒤섞여 단전에서 진탕 끓어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연들의 죽음은 세계관의 분위기를 떠받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티토의 헛소리에 정면으로 반항하고 싶었다.
어찌 되든 나는 자살하겠지만, 그 결말까지 도달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현소라만큼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곳의 수많은 목숨들이 살아가고, 결코 하나의 기준에 의해서 그 무게가 정해지지 않는 진짜 세계이다.
신이라고 해서 그걸 모욕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