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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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마치 메시아처럼.
원수에 대한 미움으로 각성한 이들과 다르게, 맹순우가 미워한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었으니. 가시나무에서 자라는 포도만큼 기이하고도 확실한 신의 증표는 없으리라.
이 끔찍한 기억을 잊게 된다는 건 찬란한 축복이다. 내 더러운 죄를 더 이상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니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악마와의 계약이 시작된 것이다.
“정말로 죽어 마땅하네. 지옥에 가야 마땅해.”
세계 바깥에서 나를 구경하고 있는 신들은 즐거울 것이다. 비극은 필연적으로 외부인에게 가학적인 즐거움을 안기기 마련이니까.
티토는 오로지 고통을 주기 위해서 나를 만들어 냈다. 내 인생은 그토록 부조리한 비극이다.
그러나 이제는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 같은 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일 수 없다.
과거의 죄를 알게 된 후에도 힘겹게 나를 지탱해 온 하나의 끈이 형편없이 끊어지는 순간, 심장에 얽힌 원죄가 맹렬히 박동했다.
애초에 신의 편애 같은 건 받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지옥에 가야 마땅한 존재였으니까.
신의 사랑이란 건 때때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법이다.
유리에 비친 내 눈동자는 핏물처럼, 괴수처럼, 그리고 녹은 유리처럼 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