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그 모든 것들이 거대한 눈덩이처럼 뭉쳐져 나를 깔아뭉갰다. 유년 시절의 작은 기쁨과 행복, 켜켜이 쌓인 내리사랑은 슬픔과 우울 앞에 무력하게 조각났다.
고등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두었을 때, 나는 그것에 압도당해 있었다. 겉으로만 평범한 동급생들처럼 보이려고 애를 썼을 뿐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나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십여 년간 응축되고 구겨진 본심이 내장 속에서 악을 썼다. 무심코 쏘아 대고 싶은 말을 어렵사리 삼키는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도우미 아주머니의 살림살이라고 우리보다 특별히 나을 리는 없다.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끼리 죽어라 물어뜯고야 마는 상황이 흉곽을 거세게 짓눌렀다.
어떤 비극은 정교한 태엽 장치처럼 기막히게 맞물려 작동하기 마련이었다.
마구 흉통을 울려 대는 심장 박동을 견디며 마우스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던 내 시선은, 이내 하나의 문장에 멎고 말았다.
피해자 발견 장소, 현관.
현관. 현관. 현관.
두 음절의 단어가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반복되었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번져 가는 화염과 새카만 연기, 살을 익히는 열풍 속에 갇혀 버린 할머니의 영상이 제멋대로 뇌리에 재생되었다.
내가 할머니를 불태워 죽인 것이다.
3년 내내 마음을 갉아먹던 의심이 마침내 확고한 진실이 되어 만개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죽어 마땅한 인간에게는 자살이 선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