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마녀가 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 무언가가 되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게 맞겠지. 그때 그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라리가 이런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
“위험하려면 내 앞에서 위험해! 그래야 내가 목숨이라도 걸고 지켜줄 것 아냐!”
“왜 우리는 물에서 태어났는데 물에 들어가면 죽을까요?” “그래선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포근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부르면 와줄 거 빤히 아니까. 그래서 부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야. 도터. 나는 그 누구보다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해.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어야 하고 남에게 의지해선 안 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그걸 해낼 수 없다면….
“제뉴어리?” “좀더 빨리 찾아내주지 못해서 미안.”
“들어봐, 이비엔. 원하는 게 없는 삶이 그렇게 나쁜 거야? 허무한 인생은 살면 안 되는 거야?” “학교를 나와서 평범하게 돈을 벌고, 그냥 남들처럼 일하고 휴일이면 공원에 가고, 평범하고 선량한 청년과 결혼해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에 살아도, 그래도 그 안에서 수많은 일이 일어날 거고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을 거야.” “살아가는 게 다 허망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그래도 커튼이 하얀 건 좋고 뜰은 작아도 볕이 드는 데가 좋고 가구는 호두나무가 좋다고 생각할 수는 있잖아.” “많은 일들을 해내고 세월이 흘러 고양이들과 손주들에 둘러싸이면 그때는 너도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르잖아.”
“라리에트. 고마워. 나 지금 처음으로 미래의 나를 봤어. 볼 수 있었어!” 나의 두려움을 네가 알아주었어. 정말로 고마워….
“나는 견딜 수 없이 좋아하는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어.”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지키고 싶은 것도 없어.” “이렇게 말하면 모두들 화내니까,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 안 해.”
그녀는 하늘이라 불리우는 아득한 부재(不在) 가운데서 참으로 그에 어울리게 허무를 이야기했다.